아버지 명성에 가려진 천재…'아들 바흐'의 향연이 열린다

입력 2023-04-19 18:42   수정 2023-04-20 01:06


“우리 모두는 바흐의 자녀들이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는 바흐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바흐는 우리가 아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가 아니다. 흔히 아는 그 바흐의 둘째 아들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C.P.E. Bach·1714~1788)다.

오늘날 C.P.E. 바흐의 명성은 아버지 바흐에 훨씬 못 미치지만 당대에는 오히려 아버지보다도 유명했다. 바로크-고전주의 시대의 과도기에 활동한 그는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악상으로 모차르트, 하이든, 멘델스존 등 후대 음악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C.P.E. 바흐의 교향곡을 비롯해 모차르트의 모테트(교회 성악곡의 일종), 하이든의 교향곡까지, 바로크·초기 고전 시대 작품이 한 무대에 펼쳐지는 공연이 마련됐다. 오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 아르떼 더클래식 2023’ 네 번째 공연이다.

이들 작곡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의 바로 위 선배 작곡가들이다. 고전주의 음악을 꽃피웠으며 이후 낭만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지휘봉은 세계 3대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무대의 포디움에 섰던 권민석(38)이 잡는다. 그는 2020~2021년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와 테오 루벤디의 ‘나이팅게일’을 지휘하며 RCO와 데뷔 무대를 가졌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는 2021년 한경아르떼필과 호흡을 맞추며 J.S.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 바 있다. 권민석은 “당시 단원들이 시대악기 연주법을 접목한 아이디어를 너무 잘 따라와줬다”며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바로크 후기-초기 고전 작품으로 그 방향성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대악기는 비올라 다 감바, 쳄발로 등 바로크 시대를 포함해 17세기 이전의 옛 악기를 말한다.

협연자로는 소프라노 서예리가 나선다. 서예리는 서양 음악의 시작과 끝단에 있는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소프라노로 꼽힌다. 그는 밝고 화려한 모차르트의 모테트 ‘환호하라, 기뻐하라’로 한경아르떼필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모차르트의 초기작 중 하나로 2개의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마지막의 알렐루야로 이뤄진 15분 남짓의 곡이다. 모차르트가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작곡한 만큼 화려한 선율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 등 이탈리아 음악의 특성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공연의 대미는 하이든의 교향곡 104번 D장조로 장식한다.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12편 가운데 마지막 작품으로 하이든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약 106개의 교향곡을 작곡한 하이든은 다작(多作)과 대기만성의 아이콘인데, 이 교향곡은 음악성이 만개한 그의 후기 작품이다. 느리고 웅장한 팡파르로 시작되는 1악장의 도입부, 간드러진 부점 리듬이 돋보이는 2악장, 4악장 등 하이든의 음악적 완성도와 위트를 엿볼 수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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